밝은 밤 - 최은영

P.46 나도 데리고 가라. 그녀의 치마를 꼭 붙들고 있던 엄마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떼어내던 그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P.96 새비 아주머니는 할머니에게 댕기 머리를 땋아주기도 했고, 할머니를 무릎에 눕히고 귀지를 파주기도 했다. 할머니가 베고 누운 새비 아주머니의 치마에서는 계절의 냄새가 났다. 쑥 냄새, 미나리 냄새, 수박 냄새, 마른 고추 냄새, 불을 피운 부뚜막 냄새…

P.293 네 동무 삼천이는 죽지 않으려구 평생을 사는 길만 찾았다. 짐승처럼, 흙이랑 먼지를 먹고 사는 벌레처럼, 내 살길만 찾아 평생을 살았더랬다. 내래 어마이를 버리고 도망간 간나 아니야. … 어마이를 버리고서 개성으로 향했을 때… 새비 너를 그 추운 날 난리통에 피난 가라고 떠밀었을 때… 모두 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기렇게 마음 먹으면서두 기래선 안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P.333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